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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나의 소원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인터넷 사용하기.

2000년대 초반 데이터 요금은 1메가당 천원이 넘어갔고, 요즘처럼 데이터를 사용하면(최소한도로 잡아서 대략 300MB 정도) 수십만원대 요금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인터넷 되는 폰"의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데이터 요금이 조금씩 저렴해졌다.

2006년경 SKT t-login 3G 모뎀을 구입하면 월 3만원에 데이터 1GB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와이브로가 등장하면서 무려 30GB를 월 1만원대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안타깝게도 와이브로는 청산 수순에 돌입했다.


데이터 요금이 마구 떨어지고 덕분에 누구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소유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스마트폰이든 노트북이든 태블릿이든 죄다 형태가 표준화되고 개성이 사라지는 듯.

잡썰이 길었고 오늘은 가슴 설레고 신선한 충격(?)을 줬던, 하지만 구입하지 못했던 IT 명기들 소개.



1. 도시바 리브레또 ff1100v


스펙: 펜티엄 MMX 266MHz / 최대 128MB RAM / 7.1" 800x480 LCD / 35만화소 웹캠 / 무게 980g


1996년 도시바는 800g대 미니노트북 리브레또20을 출시했다.

비디오테이프 크기의 윈도우가 돌아가는 충격적인 노트북에 수많은 얼리어댑터들이 열광했다.

후속작인 리브레또 30은 일본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고, 한국에도 코모스텔레콤이라는 회사가 수입해 팔았다.


초기 모델인 리브레또30(리브30)을 사용해 봤는데, 멀티미디어 기능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성능이 느린 건(AMD 5x86 75MHz에 RAM 최대 20MB..) 그렇다 쳐도 사운드 칩셋이 없었다;;

후속작인 리브레또 50은 사운드 칩셋을 장착했지만 CPU에 L2캐시가 없어서 동영상 재생 성능이 최악이었다.


하지만 한참 후속작인 ff1100v는 강력해졌다.

펜티엄 MMX 주제에 램을 128MB까지 확장할 수 있었고, LCD도 널찍해졌다.

물론 ff1100v도 지금 보면 형편없는 성능이지만 2000년대 초반 컴퓨팅 환경에서는 못하는 게 없었다.


성능은 그렇다 치고 (일제 노트북이 대부분 그렇듯이) 디자인이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드물었던 웹캠, 리모컨은 뭔가 뽀대나 보였다.


몇차례 구입을 시도했지만 가격이 당최 내려가지 않아서 구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년 후에 유사한 기종인 빌립 S7을 구입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2. HP (COMPAQ) iPAQ 5450


스펙: Intel XScale 400MHz / RAM 64MB / ROM 48MB / 3.8" LCD 320*240 해상도 (...)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PDA가 그 역할을 했다.

한참 제이텔(jTel)이라는 국내 업체가 셀빅 시리즈를 출시했는데, 대부분 계산기 느낌이 나는 흑백 액정을 달고 나왔다.

셀빅 시리즈가 로우엔드 시장을 공략했다면 아이팩은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했다.

지금이야 당연하지만 컬러 액정이 장착되어 있고 소리도 나는 제품이다(...)


요즘은 이해가 잘 가지 않겠지만 당시 PDA들은 배터리가 방전되면 폰이 공초되어 버렸다.

전원이 꺼지면 RAM에 있는 데이터가 날아가 버렸기 때문.

Windows Mobile 2003 SE에서부터 플래시메모리에 OS가 로드되는 구조로 바뀌면서 공초 걱정이 사라졌다.


아이팩 5450을 구입하려고 했던 이유도 배터리 공초에서 자유로웠기 때문.

이전 모델들을 (아이팩 3630, 3850, 3870) 사용할 때에는 공초 때문에 항상 마음 졸였다.

마찬가지로 이해가 잘 가지 않겠지만 아이팩 5450은 무선랜이 장착되어 있는 게 강점이었다(...).



3. HP 200LX


스펙: Intel 80C186 7.91MHz / RAM 2MB 혹은 4MB / ROM 3MB / 해상도 640*200 / 무게 300g / 전원 AA배터리


PDA와 노트북의 중간 쯤에 해당되는 물건.

MS-DOS 5.0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PC에 가깝지만, PDA처럼 기판 롬에 OS가 박혀 있어서 업그레이드는 불가하다.

286 컴퓨터보다도 못한 성능이지만, 크리스탈을 장착하면(배속개조) 286보다 빨라진다.


한때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들에게 지급되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시중에 돌아다니는 제품 상당수에는 삼성생명 로고가 박혀 있다.


MS-DOS 5.0이 기본 탑재되어 있고 윈도우 3.0도 사용할 수 있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아래아한글도 사용할 수 있고 도스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걸 구입하고 싶었던 이유는 전원이 AA건전지 두개였기 때문.

배터리가 닳아도 아무 편의점이나 가서 건전지를 두개 구입하면 된다.

구입을 망설였던 이유는 백라이트가 없어서 어두운 곳에서는 무용지물이기 때문.



4. 요피 3700


스펙: Intel StrongARM 206MHz / RAM 128MB / ROM 32MB / 3.5" 320*240 해상도 / CF, 무선랜 지원


당시로서는 드문 리눅스 탑재 PDA.

출시 몇년 후 리눅스 기반의 안드로이드가 모바일 OS의 최강자로 등극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제품.


요피는 3000, 3500, 3700 이렇게 세가지 모델이 출시되었다.

(요피 3500만 사용해 봤다)

기억하기로는 요피 3000은 키패드가 가나다순에(...) 백라이트가 없는 급조품이었다.

요피 3500은 전작의 단점이 개선되고 3700과 유사한 외형을 갖추었다.

요피 3700은 요피 3500의 베이스에 무선랜과 CF슬롯이 추가되었다.


아이팩 5450과 마찬가지로 와이파이 때문에 요피 3700을 득템하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리눅스 OS는 텍스트 명령어에 익숙해져야 제대로 활용 가능했다(MS-DOS를 떠올려 보자).

안드로이드폰을 루팅해 본 경험이 있다면 요피를 잘 다룰 수 있겠지만, 일반 사용자들에겐 버거운 점이 많았다.


윈도우모바일을 채택했다면 대박이 났을 제품.



5. 블루버드소프트 PDION BM-500


스펙: Intel PXA 270 520MHz / RAM 64MB / ROM 512MB / 2.8" 320*240 해상도 LCD / 130만화소 카메라 / 지상파 DMB 내장 / 와이파이 내장


지금은 산업용 PDA만 생산하는 블루버드소프트에서 출시했던 PDA.

SKT의 갑질 때문에 정식 출시되지 못했던 비운의 PDA폰.


와이파이, 지상파DMB, 130만화소 카메라 탑재 때문에 출시 전부터 기대했던 제품이었다.

하지만 SKT가 자사 수익의 감소를 우려해 개통을 거부하는 바람에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와이파이, DMB, 카메라를 모두 제거해 버린 BM-200이 블루버드소프트의 주력 기종이 되어 버렸다.


시대정신을 거역했던 SKT.

KT가 2009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위기를 느낀 삼성은 늦게나마 옴니아2를 출시하고 SKT는 열심히 팔아줬지만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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